[시선나침판] 참전자단체, 명예는 높고 현실은 무거운 과제

류제봉 기자   |   기사등록 : 2026-06-26 11:44  Ι  최종수정 : 2026-06-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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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자단체, 이제는 '행사'보다 '회원'을 바라봐야 한다
  [시선나침판]
 
참전자단체, 명예는 높고 현실은 무거운 과제(제3편)

참전자단체, 이제는 '행사'보다 '회원'을 바라봐야 한다


   나라가 가장 위태로웠던 시절,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청춘과 생명을 바친 이들이 있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전자단체는 이러한 희생을 기리고 참전유공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로 참전자단체는 참전명예수당 제도 도입과 보훈급여 인상, 의료지원 확대 등 국가보훈정책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안보강연과 역사교육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후세에 전하고, 전우애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공동체 역할도 수행해 왔다. 이러한 공로는 결코 가볍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회원들의 현실은 더욱 절박해졌다.

오늘날 많은 회원들은 "단체는 있는데 정작 회원을 위한 사업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기념식과 각종 행사는 해마다 이어지지만, 홀로 사는 고령 회원을 찾아가는 돌봄사업이나 의료·간병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직을 위한 행사는 많아도 회원의 삶을 위한 사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참전자단체는 정치세력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다. 정치적 편향은 회원 간 갈등을 낳고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이다. 단체가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에 철저한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운영의 투명성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일부 단체에서는 회계 운영과 임원 선출 과정에 대한 불신이 반복되고 있다. 회비와 정부보조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회원들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고, 알지 못한다면 조직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예산 공개와 외부감사,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현실은 고령화다. 6·25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90대의 고령에 이르렀고, 월남전 참전자들 역시 80대가 되었다. 회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남아 있는 회원들이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복지와 돌봄을 강화하는 것이 단체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명이 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지금,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영상과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적 책무이다. 기억은 기록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참전자단체는 과거를 기념하는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참전유공자의 삶을 책임지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행사 중심의 운영에서 회원 중심의 복지로, 조직 중심의 사고에서 사람 중심의 가치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노년에는 존엄과 예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참전자단체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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